대한항공 추락사고에 이은 곧바로 IMF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에 PR을 대행해오던 괌정부관광청(GVB)의 마케팅 예산이 말이 아니게 줄었다. 결국 한국내 마케팅 활동이 대폭 축소되었다. 평소 잘 아는 괌 의회의 라모레나(Lamorena) 상원의원 겸 관광분과위원장과 접촉을 하여 한국예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달라는 끈질긴 요청을 했다. 평소 한국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던 라모레나 위원장은 나의 끈질긴 노력에 감명을 받아 예산을 늘리도록 해볼 테니 의회 청문회에 나와 왜 한국예산이 늘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증언하라는 최종적인 입장을 전했다.

의회 개회 하루 전 괌에 도착해 최종 증언내용을 검토하고 또 괌관광청 전문가들에게 조언도 받아 거의 모든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자료 및 준비를 완성했다. 의회라는 것이 딱딱한 분위기이고 또 증언이라는 형식을 빌고 있기에 경직될 수밖에 없으나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했다.

그 다음날 오전 10시 괌 의회. “지금 IMF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R.O.T.C.(Republic of Total Crisis, 위기공화국)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R.O.T.C.가 아닙니다. 더욱이 괌이 한국시장을 지금처럼 무시한다면, 앞으로 괌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을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는 한국이 아닌 괌이 관광의 R.O.T.C.가 되는 것입니다.” 나의 발언에 의회는 상당히 자극적으로 반응함을 나는 직감했다. 이에 확신을 가지고 기억에 남을 한마디를 했다. “동양에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는 정서가 깊숙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괌이 일순간 한국 관광객이 줄어든다고 해서 옛 친구를 버리고 예산을 삭감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입니다.” 곧이어 앞으로의 한국인 관광객 전망을 설계하고 또 가장 유망한 관광분야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설명하였다. 발표 중간의 보충질문까지 약 1시간을 증언하고 온통 땀투성이가 되어 나왔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았다. 상원의원과 괌관광청의 관련인사들로부터 아주 설득력 있는 증언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 다음날 아침 라모레나 분과위원장이 직접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어 300,000달러의 예산을 증액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실 한 나라의 국회까지 가서 증언을 해야 하나의 고객이 관리되고 유지되는 점을 생각한다면 PR비즈니스는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예산이 없으니 우리는 이 정도 활동밖에 할 수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괌의회에까지 가서 괌관광청의 한국비즈니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데에야 그들도 무척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보람은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우스개소리로 고객감동 차원을 넘어서 고객기절이라고들 하는데 PR이야말로 가장 고객지향적일 때 가장 성공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 돈 몇 푼에 의해서가 아니라 PR인으로서의 긍지와 불굴의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긍지와 신념이 있다면 돌진하라. 옛말에도 있듯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지 않은가.”

옥에도 티가 있다고 철저한 준비에 따른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한 가지 사전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내 얼굴을 붉히게 했던 것이 있다. 다름아닌 통역이다. 괌정부 관광청 행사는 규모가 큰 행사로 전문적으로 통역하는 사람을 고용해서 영어를 우리말로 통역시킨다. 통역에 전문적 경험이 많다고 추천을 받았기에 사전 검증 없이 통역에 들어갔는데, 그 통역요원은 스피커(Speaker)라는 직책이 ‘국회의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연사‘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국회의장이라는 것을 밝혀줬지만, 영어를 오래 한 사람도 스피커가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난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땀까지 흘렸지만, 다행히 그때 하얏트 호텔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통역의 실수를 모르고 지나갔다. 예를들면 에디토리얼(editorial)이라는 말도 상당히 혼동을 유발한다. 우리말로 「사설」이라고 흔히 쓰이지만 많은 경우 「기사」라는 뜻으로 쓰인다. 광고와 대칭되는 말로 에디토리얼은 기사를 뜻하며 「기사화하다」라는 단어는 “editorialize" 또는 ”storify" 등을 쓰고 있다. 또 영어로 기사라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editorial, story, article 등이 있다. 어쨌든 그 이후 주요행사 때마다 나는 통역하는 사람을 미리 만나서 서로의 영어발음이나 단어사용에 대해서 특징을 이해하도록 한다. 특히 동남아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아주 독특하기에 미리 적응하지 않으면 몹시 당황하게 된다. 또 사전 준비는 미리 말할 부분의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에 회의의 흐름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사전의 철저한 준비야말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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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김경해입니다. 큰생각과 큰PR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by 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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