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고의 신문인 '타임즈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의 언론인이 방한하여 전직 장관, 대기업 회장, 인도대사, 국회의원, 대학총장들과 점심을 같이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우연히 언론의 인용 관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한결같이 기자가 쓴 기사가 쓴 인터뷰나 기사의 한 부분에 인용될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이 정확히 인용되지 않아 피해를 본 사례를 말하며 더 이상 피해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잘못 인용되어서 신문에 기사화된 경우 고소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며 그때의 심경을 털어 놓았다. 이때 그 인도 주필이 "언론은 제조업(manufacturing industry)입니다"라고 해서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 무엇을 제조한다는 말인가? 인용문을 ‘제조’ 한다는 뜻이고, 기자가 ‘작문’을 한다는 말이다..
서구의 주요 언론은 어떠한가? 인용부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도 말한 그대로를 인용하는 서구의 언론은 우리의 언론과 큰 차이가 있다. 주요 정부 당국자나 회사 최고 경영자의 말 한마디라도 인용부호를 통해 보도되면 독자들은 그 인용부호 속의 발언이 곧바로 그 정부 당국자나 회사 경영자가 실제 한 발언 그대로라고 믿을 정도로 정확히 인용된다. 그러나 한국 언론현실에서는 취재 기자들이 인용부호 안의 직접인용에 대해 서구 언론처럼 투철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서구의 주요 인쇄매체에서 인터뷰 당사자의 말을 인용하는 경우 "...... was(were)......"와 같은 문장을 사용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는 were라고 말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지만 그 인터뷰 당사자가 급하게 말하다 보니 was로 말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서처럼 서구의 주요 언론에서는 인용부호 안에서만큼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까지도 그대로 사용하면서, 문법적으로 정확한 단어는 괄호 안에 추가하여 표시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인용부호 안에 들어가는 말이 그 인터뷰 당사자의 인격이 담긴 내용이라고 독자들은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뷰 당사자가 인용부호 안의 말이 실제로 한 말과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법적인 대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기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확한 직접인용을 하는 것이다.
특히 위기사건 발생시 회사의 중요한 입장을 밝힐 경우 유인물로 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최고경영자가 육성으로 입장을 밝힐 때에는 꼭 녹음을 하여 사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담당 취재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육성으로 말한 중요한 부분은 정확히 한번 더 불러 주든가, 인터뷰 후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기사를 작성할 때쯤 주요 인용문을 팩스로 다시 보내 정확한 직접인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저희 회장님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회장님의 얘기 중 정확히 인용이 되지 않으면 큰 혼선이 올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직접 인용문을 보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글과 함께 녹음한 것을 푼 인용문을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면 담당 기자는 홍보실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할 것이며 인용문을 "작문"하다가는 큰 일이 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기업의 홍보실과 PR회사 직원들은 기자들이 정확한 인용을 하지 않아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정확하게 인용하지 않고 인용부호 안의 문장을 직접 만들어 쓰는 기자들의 "작문"성 인용 때문에, PR 실무자는 인터뷰 당사자인 회사의 고위 간부들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하고 PR 실무자의 능력 부족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러면 더 이상 인용부호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인터뷰할 경우 기자가 녹음을 한다면 반드시 같이 녹음기를 틀어라. 나아가 기자가 녹음기를 틀지 않을 때라도 녹음을 해두어야 한다. 이 인터뷰가 정확하게 인용되지 않으면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라. 기자가 긴장하게 된다.
(2) 인터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리 글로 작성해 두었다가 그대로 읽고 인터뷰가 끝난 후 그대로 기자에게 주라.
(3) 또 1시간동안 인터뷰한다면 30분 정도를 미리 녹음해서 주요 인용문을 그대로 빨리 정리하고 나머지 30분도 즉각 녹음한 내용을 정리해서 인터뷰한 기자가 회사에 도착할 때쯤 팩스나 이메일로 인용문을 보내라. "오늘 기자회견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요 인용문을 보내니 참고하세요." 팩스로 보내는 부분 중에서 "참고하세요"라는 뜻은 '작문'을 한다면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다. PR에서는 ‘사전대응(proactive)'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후대응(reactive)'의 반대 개념으로 PR에서 사전대응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4)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인터뷰나 스트레이트 기사 중 인용부분은 팩스로 좀 보내달라고 할 수 있다. 인용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까지 기사화 되기 전 미리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나 인용부분에 대해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외국의 주요 언론인들은 오히려 인용부분에 대해서는 인용한 사람의 사전 확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