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기자는 "특종을 좇는 동물"이라고 한다. 특종을 하는 것은 기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예가 된다.
오래 전 삼선개헌 때 얘기다. 모 신문사 정치부 기자가 박 대통령 정부 삼선 개헌 움직임과 관련하여 여당, 야당 총무가 비밀 모임을 갖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주요 언론의 정치부 기자들은 대개 정부 고관들이 자주 다니는 큰 호텔에 연락망이 될 수 있는 '끄나풀'을 갖고 있다. 주요 정치인들이 그 호텔에서 어떤 비밀 모임을 갖게 되면 그 정보를 끄나풀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물론 정보제공에 대한 사례를 해야 한다. 여야 총무가 삼선개헌과 관련된 주요 회의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 정치부 기자는 그 호텔의 끄나풀과 미리 짜고서 회의가 진행될 방의 한 가운데 놓여진 원탁 테이블 밑에 잠복했다. 그 이튿날 여야 총무의 밀담이 크게 기사화되면서 여야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는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그 기자는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고역을 치렀지만 지금은 국회의원을 거쳐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듯 특종을 하는 것이 기자에게는 모험이요 도전이다. 내가 알고 지내던 미국 워싱톤의 주요 일간지 기자 출신의 아내와 정부기관 고급관리였던 남편 사이에 있었던 또하나의 일화가 있다. 이 둘은 분명 누구보다도 가까울 수밖에 없는 부부사이이지만 기밀사항에 해당하는 정보를 남편이 부인에게 준다거나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처럼 특종을 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발로 뛰어서 밝혀지기 어려운 좋은 내용의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영예로운 일이 있겠는가. 특종 하나로 인생을 바꾼 기자들도 있지 않은가. 워터 게이트 사건 특종을 한 기자는 어마어마한 돈과 명예를 안게 되었지 않았는가? 특종을 한 기자는 명예와 부까지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특종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기자들에게 특종이 될 수 있는 정보유출과 관련하여 특히 유의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술자리를 조심하라. 식사나 술 자리만 되면 특종거리를 내놓는 관리, 정치인, 기업인들이 있다. 술이 한 잔 얼큰히 들어가면 할 얘기에 해서는 안 될 얘기까지 다 털어놓고 이튿날 아침 깨어지는 머리를 감아쥐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당신만 알고 있어야 돼", "기사는 쓰지 말고 그냥 머리 속에만 넣어둬", "이건 오프 더 레코드인데..." 등등의 단서가 붙여질 때 기자들은 직감적으로 특종거리가 하나 나오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자들과 식사나 술자리가 있을 때는 미리 무엇은 얘기하고 어디까지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미리 정리해야 한다. 술만 한 잔 들어가면 기자들이 몇 마디 유도 질문할 때마다 대답 안 하게 되면 굉장히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순간적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에 기자에게 특종의 영예를 주고는 소란을 일으켜 고위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나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저 조금 미안하면 되는 것이다. 술 자리에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음담 패설을 화두로 삼거나 기자들에게 말만 시키는 능수능란한 장관이나 기업인도 간혹 있다. 또 유능한 대변인의 경우 상사와 기자와의 자리를 마련할 때는 미리 기자들의 관심사에 대해 "오늘 이 얘기는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또는 "우리 회사나 부처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정도까지만 얘기해야 합니다"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기자와의 모임에 함께 하는 경우라면 상사나 장관이 특종과 관련된 실수를 할 위험이 있는 화제를 꺼낼 경우 말을 막으면서 화제를 돌리기도 한다.
혈연, 지연, 학연 때문에 일어나는 일도 많다. 모 회사의 고위 간부가 형이고 동생은 기자일 경우 호시탐탐 특종을 찾는 언론의 특성을 잘 모르는 형님이 무심코 던진 회사 기밀이 활자화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회사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고 회사의 자체 내부 조사에 의해 기사를 쓴 기자의 형이 그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특종을 한 기자의 혈육인 그 중역은 회사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 말 한마디로 뜻하지 않게 회사에 피해를 주고 2-30년간 근무한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부부와 마찬가지로 형제사이처럼 누구보다도 친숙한 관계에서 충분히 발생될 수 있는 일이다. 정보유출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