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김, 즉시 CNN을 켜 보세요. 대한 항공이 오늘 새벽 괌 공항 착륙 직전 니미츠힐에 추락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조치를 상의하기로 합시다." 괌정부 관광청의 마케팅 부장인 필라 라구아나(Pilar Laguana)씨가 집으로 전화한 것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승객과 승무원 231명을 태우고 1997년 8월 5일 오후 8시 40분 서울을 출발 남태평양 괌으로 향하던 대한 항공 801편 보잉747 여객기가 6일 새벽 착륙을 앞두고 레이다에서 실종 괌 공항 인근 니미츠힐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2-3개월간 괌정부 관광청(Guam Visitors Bureau)의 한국내 마케팅 대표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후 수습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괌 현지에서의 우리와의 업무처리 방식의 차이 때문에, 결국은 문화적인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사태 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예를들면 유족들이 괌에 도착했을 때 현장 보존을 위해 접근을 막으면 유족들로부터 아주 심한 반발을 받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괌에 특파되어 괌발 기사를 송고하는데, 이러한 문화적 갈등에 관한 많은 기사가 게재되었다.
내가 운영하는 PR전문대행사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는 사태수습을 위한 PR전략을 강구했는데, 괌 주지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유족을 위로하는 것만이 문화적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상의 PR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주지사의 방한을 적극 권유하였다. 괌 주지사가 희생자들의 영령 앞에 고개 숙이는 것이 한국인들의 정서를 이해한 최선의 자세임을 제안하여 괌 주지사는 최종 방한 결심하게 된다.
그때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가 제시한 주요 PR전략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1) 주지사가 100일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관습에 따르라. 즉 영정을 모셔둔 88체육관에 가서 한국식으로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분향도 해서 넋을 잃고 있는 유족들을 위로하라. 서양인이 한국적인 가치관을 존중하여 한국식으로 절을 하면서 진심으로 위로할 때 그들의 괌 당국에 대한 분노는 줄어들 수 있다.
(2) 괌에서 취재하였던 약 50여 명의 한국 기자들을 이태원의 불고기 집으로 초청하여 같이 소주를 마시면서 면대면(face-to-face)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그렇게 되면 모든 기자들이 마음을 터놓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two-way communication)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 괌 지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언론에 전달되어 기사로 반영될 것이다. (3) 100일제 되는 날에 주요 일간지에 전면(full-page) 조의 광고를 게재하라. "큰 슬픔을 치유하는 작은 위안이나마 되었으면"이라는 제목의 전면 조의 광고를 중앙, 조선, 한국, 동아 일보에 싣는다. 물론 광고내용은 다시 기사화한다. 그 결과 조선일보 1997년 9월 24일자 31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린다.
“22일 방한한 구티에레즈 괌 지사는 24일자 주요 일간신문에「큰 슬픔을 치유하는 작은 위안이나마 되었으면」이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내고 지난달 6일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추락사고 희생자와 유족을 애도했다. 15만 괌 주민을 대표한 이 광고에서 그는『괌에 사는 누구나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다정하게 지냈기에 슬픔은 더 크고 깊다』며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계획 등을 밝혔다.괌 관광청 홍보대행사인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관계자는 『사고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괌의 관광업계가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며 『마침 희생자들의 49재에 맞춰 지사가 방한, 조의를 표시하기 위해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4) 괌정부 관광청(Guam Visitors Bureau)은 희생자 추모비를 사고지역 근방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괌 정부가 괌 공항의 안전성만을 내세우면서 괌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여 한국 국민들에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을 지운다.
(5) 한국 신혼 여행객들이 괌 관광 제일의 고객이기에 100일제 후 괌을 방문하는 50쌍의 신혼여행객들을 괌 주지사 관저에 초청, 식사와 여흥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새로이 부상하는 괌의 신혼 여행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