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에서 배우는 위기관리

[기고]김경해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장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GS칼텍스의 위기관리 실행에서는 기존의 국내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제안해 왔던 거의 모든 원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20년 이상 국내외 위기관리 사례 분석과 실행을 담당해 왔지만 이번 GS칼텍스 케이스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위기관리 성공 케이스라고 본다.


GS칼텍스가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원칙에 충실했다. 위기는 혼돈(Chaos)이다. 혼돈(Chaos) 환경에서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축은 ‘원칙’이다. 또한 이 원칙에 충실한 ‘메시지’다. 이외에 위기를 맞은 기업이 통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원칙과 메시지외 다른 것들을 통제하려고 애쓰면서 시기를 놓치고, 악수를 두고, 공중들의 마음을 잃는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원칙에 충실했다.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을 돕기 위해 GS칼텍스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끈 다섯 원칙들을 분석 정리해본다.


①기업 맨트라(Mantra) 원칙

이번 GS칼텍스 위기관리 성공의 가장 큰 수훈이라면 GS 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입을 통해 사내에 전달된 기업 맨트라(mantra)다. 기업의 맨트라라는 것은 위기 이전 평시에 해당 기업이 소비자들 및 공중들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가치(value)다. 위기 발생 직후 허회장은 "우선 숨김없이 밝히고 고객 피해를 최소해 하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맨트라를 전사적으로 공유시켰다. 지난 82년 미국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와 같이 위기시 기업 맨트라에 충실한 기업은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실제로 실현한 것이다.


②투명성(Transparency) 원칙

기업 맨트라에서도 가이드한 바와 같이 GS칼텍스의 모든 위기 대응 활동들은 투명했다. 사태의 심각성에 맞춰 세부 사항들을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업데이트하려 노력했다. 또 모든 구성원들이 외부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숨기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시 가능한 숨기려 한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반대였다. 심지어 사내 보안시스템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얼핏 전투에서 진 것 같지만, 전쟁에서는 이긴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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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신속성(Speed) 원칙

빨랐다. 이 부분은 기자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중들이 인정하는 측면이다. IT기업이 아니었음에도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든 미디어들을 폭넓게 사용했다. 2~3일만에 여러 번의 기자간담회, 해명광고, 사과문, 보도자료들을 연이어 실행했다. 이는 분명 올해 초중반에 발생되었던 많은 기업들의 대응 타임라인들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의사결정이 그만큼 빨랐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위기관리팀-의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이 사내에서 명확히 공유되어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④CEO의 리더십(Visibility) 원칙

GS칼텍스 나완배 사장의 리더십 또한 다른 기업들의 위기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위기관리 성공 원칙이었다. 사례를 분석해 보면 국내 기업 CEO들은 위기시 특히 위기 발생 직후에는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위기에 대한 혼란(chaos)이 정점을 이루고 있을 때 CEO가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은 조직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리스크를 떠않는 것이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달랐다. 나 사장은 직접 앞에 나서 사과를 했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와이셔츠의 넥타이를 풀고 휴일에 회사에 나와 위기관리팀을 지휘했다. 공중들은 이러한 CEO의 노출을 통해 “GS칼텍스가 해당 위기를 통제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다 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⑤협조(Cooperation) 원칙

사실 이번 위기에서 GS칼텍스는 일종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넘어서 GS칼텍스는 책임을 통감했으며, 경찰 수사당국과 같은 외부 기관들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들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보통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의 운영 주체들은 법적인 책임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시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이 법적인 책임의 유무에 근간해 소극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법적 책임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 먼저 서서 충실했다.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최종적으로 GS칼텍스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정상을 참작 받았다. 앞으로 사법 절차가 남아있겠지만, 분명 여론 법정에서는 그 진실성을 통해 성공적 결과를 창출했다. 위기 발생 후 여론의 법정에서 이미 ‘사형’ 선고를 받는 여러 기업들과는 달랐다. 이번 위기를 개선의 기회로 삼아 지속적인 카이젠(kaizen)이 가능하다면 GS칼텍스의 브랜드와 기업명성은 계속 성공적으로 관리 성장하리라 믿는다.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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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해 kyonghae@commkorea.com
(주)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계속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촛불집회의 주요 진원지로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이 지목되면서,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의 온라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사실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으나 막상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구체적 대응방안
마련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렇게 온라인 매체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개인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블로그(blog)’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일일 것이다.

블로그(blog)의 본뜻은 웹(web) 로그(log)의 합성의 줄임말로,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블로그 형식은 새로 올리는 글이 맨 위로 올라가는 일지 형식으로
돼 있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기사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종의
1인 미디어다. 블로그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나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디
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 자료들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다.

필자도 최근 블로그를 개설해 칼럼도 쓰고 오프라인 미디어에 기고했던 글들을 올리
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료 보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에 관심 있는 사람
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댓글로 간단하게 쓰기도 하고 트랙백을 걸기도 해, 그곳에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

여행업계의 회사중역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과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해 보기를 적극 권유한다. 일선 기자들도 이제 주요
블로그를 방문하면서 기사 아이디어를 얻고 발굴하고 있기에 온라인을 통한 오프
라인 PR도 가능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가 블로그를 권유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이유들이 있다.

첫째, 블로그는 여행업 종사자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세계 곳곳을 돌아보며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들을 글로 쓸 수 있을 뿐 아니
라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올리거나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여행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또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업계 관계자 자신을 관련 공중들에게
PR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블로그를 직접 운영해보면서 일반 사람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혹은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원하는 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을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업의 인사이트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일반 국민들은
블로그에 자신의 여행담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서로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며 정보
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여행사의 상품이
좋은지 혹은 어떤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쓰고 있으며, 이는
일반 광고성 기사보다 더 신뢰를 받으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업계 관계자로서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가 어떤 것인지, 홈페이지
와는 어떻게 다른지, 기존의 주요 언론매체인 텔레비전, 신문 등과는 어떻게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이슈를 만들어 내는지를 직접 경험을 통해 이해 가능할 것이고,
이는 업계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갈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필자가 여행업계의 회사중역, 오피니언 리더, 일반 종사자 등에게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루에 조금의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 알찬 블로그를 만들어 나간다면 개개인이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직접 들으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6월 30일자 여행신문 기고문
여행신문 tktt@traveltimes.co.kr
 
 
김경해 사장
Kim Kyong-Hae / President & CEO
Communications Korea / PR Consulting Group
Rep: 82-2-511-8001
Fax: 82-2-765-1666
Mobile: 011-240-9181
E-mail: kyonghae@com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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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k
    2008년 07월 09일 10시 21분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장님이 여행신문에 싣고 계신 기고문을 블로그를 통해 보니 편하고 좋습니다. 깊이 있는 말씀 잘 받아 갑니다.

 

광우병 괴담만 있고, 정부의 입은 없다

 

김경해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 소장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인터넷을 떠도는 광우병 관련 괴담들은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 전세계를 시끄럽게 할 정도로 급격히 진화했다. 루머라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일 때 확산성이 더욱 커지는 성격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이번 광우병 괴담은 그 확산성에 있어서 별다른 특징은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이슈들의 경우에도 지난 십 수년간 뜨거운 감자로 주기적으로 회자되었었고, 이에 대한 핵심적인 이슈들은 잘 정리되어 공유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정보 수준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저급한 광우병 괴담자체를 초기에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겠다. 다 정리되어 있던 논리들을 공식적으로 꺼내드는 데만 거의 2-3주가 소요되었던 이유도 이 시스템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책임부서가 없어 일관된 메시지 전달도 근본적으로 힘들었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의 ABC를 어긴 여러 해프닝들이 일어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러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의 대표 컨설턴트로서 나는 지금 정부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모니터링은 적절히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여론이 흘러가고 있으며, 또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와 주요 확산지가 어딘지는 파악했는지 궁금하다.

 

초기에 정부 관련 부처들이 각 장관들의 입을 통해 전달했던 개인적인 메시지들이 정부 전체의 대응 포지션에 충실히 발맞추어져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몇 일에 거쳐 해명광고를 했는데, 일방적이었던 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각 광고들의 핵심 메시지들이 과연 적절한 포지션을 담고 있었는지 책임자들은 한번 돌아 보았으면 한다.

 

앞서의 모든 질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위기관리 101’일 뿐이다. 실행하기 어려운 로켓 과학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위기관리의 시스템이다. 광범위하고 분석적인 모니터링, 적절한 타이밍에의 개입, 포지션의 구축, 핵심 메시지의 관리 이 네가지 기본 사항을 과연 정부가 제대로 따른 것이 무엇이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시스템 운용 주체의 부재가 좀더 근본적 문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인해 국정홍보처가 없어졌다. 정권홍보에 매진한 댓가로 몰매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정책 커뮤니케이션적 의미에서 국정홍보처는 국가적 위기관리를 위해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 이 기관의 존폐는 애초부터 정치적 고려대상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광우병 괴담과 같은 아주 저급한 수준의 국가적 위기를 적절하게 모니터링하고, 초기에 개입해 이슈의 지나친 확산을 차단하고 정부를 대표해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 하는 주체가 과연 아무 쓸모 없는 조직일까?

 

국정홍보처 살리기에 다시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전반적인 국정과제에 대한 통합관리를 담당할 소규모 위기관리 전문 조직이라도 만들 것을 정부에게 제안한다. 이 조직을 통해서 국정전반에 영향을 끼칠 큰 이슈들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 하게 하고, 전략적인 큰 그림 하에서 대응 포지션을 정하게 하자. 그리고 그 포지션에 입각한 핵심 메시지 개발과 전달활동에 있어 리더쉽을 주어보자.

 

정부도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더 이상 국민들은, 네티즌들은, 중고등학생들은 어제의 그들이 아니다. 정보의 흐름, 매체환경과 사회단체들의 차원도 예전과는 다르다. 모든 위기관리 환경이 하루가 멀게 달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 달라지지 않는 유일한 것은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게다가 이러한 달라진 위기들을 관리할 조직을 없애놓고 맨손으로 각개전투를 하는 정부는 분명 변화를 거부하고 스스로 퇴화한 셈이다.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성공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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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찌 그리 똑같을까...

    2008년 05월 07일 18시 26분
    삭제
    광우병 괴담은 초고속 이(李)정부 대처는 소걸음 오늘자 조선일보 기사의 지적에 공감한다. 정부의 대응력 부재 원인은 정부차원의 통합된 홍보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주목한다. 대통령도 국정홍보처 폐지에 대한 후회를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꼭 이렇게 위기시에는 홍보기능에 목말라 한다.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어려우면 홍보기능을 찾는다. 참...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2. 골리앗이 아니다. 오히려 리틀 존이다: PR의 구도설정

    2008년 06월 01일 02시 25분
    삭제
    단지 이 사진만 보고도 당신은 누구 편을 들어주고 싶은가? 이것이 구도설정의 위력이다. PR의 역할은 무엇일까? PR집행자, 목표공중, PR의 목적, 상황에 따라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PR실무자가 PR실행계획을 기획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복잡한 현실을 보다 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록 구도를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프레임이나 포지셔닝이라는 개념보다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상위개념인 이 구도[COMPOS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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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국정홍보처 시대의 홍보


 

김 경 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이사)




 


지난해 국민들이 내린 선택에 따라 참여정부의 뒤를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많은 국민들이 희망찬 변화를 기대하는 가운데 우리 홍보업계는 국정홍보처의 폐지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국정홍보처의 폐지는 단순히 정부조직 편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 정부에서는 모든 정부부처 직제에서 '홍보'라는 말은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실패의 책임과 일방적 정책홍보방식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홍보업계가 함께 떠안게 된 셈이다. 따라서 지금은 홍보업계가 현재 안고 있는 이미지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 홍보업계의 앞길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본 글에서는 홍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홍보업계가 공공부문에서 겪었던 윤리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우리 홍보업계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미국의 국가역사는 길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다양한 홍보모델을 발달시켜 왔는데 각 모델마다 장단점을 안고 있다. 먼저 미국의 독립전쟁을 촉발시킨 것으로 유명한 '보스톤 대학살(Boston Massacre)'은 사실 보스톤에 주둔한 영국군이 군인과 시비가 붙은 보스턴 항구의 부두깡패 등 다섯 명을 사살했던 사건인데 보스톤의 선동가(propagandist)들이 시민들을 움직이기 위해 '대학살'이라고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다. 정치적인 선동의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대학살’로 과장한 것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불리우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서양 속담 중에 ‘강을 건너는 도중에는 말을 바꿔 타지 말라’(Don't change horses in the middle of a stream)는 표현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중에 지도자를 바꾸지 말라는 뜻으로 이 속담을 사용해 재선에 성공했으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자신의 네번째 임기에 도전하면서 같은 속담을 캠페인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이에 공화당 후보였던 토마스 듀이 측에서는 당시 유명한 선전담당자(press agent)였던 짐 모란(Jim Moran)으로 하여금 네바다의 트러키(Truckee) 강에서 말을 바꿔 타는 이벤트를 연출하도록 했다. 말을 타고 강을 건너던 짐 모란이 강 한 가운데서 가볍게 다른 말 위로 올라 타자 강 건너편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사진을 찍었다. 속담 그대로 말을 바꿔 타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이 사진으로 ‘한 방’을 노렸던 공화당 후보는 결국 큰 표 차이로 선거에서 패하고 말았다. 정책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홍보활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지 시선을 끄는 유사사건(Pseudo event)을 만들어 낸 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시 쿠웨이트 정부와 한 글로벌 홍보대행사가 만들어 낸 '인큐베이터 학살사건' 또한 세계적으로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미국 의회에서 15세의 나이라(Nayirah)라는 이름의 소녀는 병원 안에 난입한 이라크 군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수 백 명의 아기들을 바닥에 던져 죽게 만들었다는 증언(testimony)을 했으며 해당 홍보대행사에는 이라크군의 만행에 관한 VNR(Video News Release)을 제작해 전국의 매체에 배포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 소녀가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져 증언내용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자유 쿠웨이트를 위한 시민모임(Citizens for a free Kuwait)'이라는 시민단체의 실질적인 후원자도 쿠웨이트 정부였음이 밝혀졌다.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사실을 조작했다는 점과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뒤에서 조종하는 행위가 미국 PR협회 윤리강령에 위배되어 관련자와 해당 홍보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

 



위에서 살펴 본 사례들이 다소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정책홍보의 목적이 공공성을 띤다고 해도 절차 및 수단에 있어서까지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홍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미다스(Midas)의 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부부처와 기업들은 홍보인만 개입되면 그 어떤 것이든 잘 포장되고 미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우리 업계도 스스로를 ‘분장사’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PR역사를 지닌 미국의 정책홍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우리에게서도 부분적으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방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홍보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노무현 참여정부에 허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자금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서 PR의 사업영역을 키웠다는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전에는 사회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주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홍보(defensive PR)만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회 전반이 많이 투명해지면서 각 조직에서 국민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홍보활동이 더욱 활성화 되었다. 참여정부가 기존 언론에 불만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정부체제 및 정책의 일방향적인 전달도구로서 홍보업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언론과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친정부 매체와 일방향적인 홍보를 통해 정부의 메시지를 직접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시도는 결국 새 정부의 국정홍보처 폐지로 이어졌으며 홍보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까지 귀결되어 버린 것이다.

 



참여정부 아래에서 주요 정책을 포장, 화장, 과장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홍보업계 스스로 홍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내세운 국민의 정책참여 과정에 과연 우리 홍보업계가 국민과 정부의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을 이끌어 내는데 얼마나 기여했던가? 당장의 사업수익에 이끌려 좀 더 전략적이고 전문성 있는 홍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이지 않았던가 하는 뒤늦은 자성을 해 본다.

 



최근 홍보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해외 홍보업계에서는 새로운 홍보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새로운 홍보기법들이 활용되고 있어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리 홍보업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홍보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큰 생각(Big Think)”이 필요하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바와 마찬가지로 최근 방한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의 번트 슈미트(Bernd Schmitt) 교수는 기업들이 ‘큰 생각’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슈미트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는 매일같이 산을 향해 바위를 굴려 올리다 실패하는 저주받은 삶을 반복하지만 오디세이는 오랫동안 지속되던 트로이와의 지루한 전쟁에서 대형목마를 생각해 냄으로써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을 공략하기 위해 오디세이는 대형목마 속에 군사를 숨겨둔 채 트로이에 선물로 바친 뒤 승리감에 도취한 트로이 성을 하룻밤만에 함락시킨다. 결국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작은 생각을 벗어나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창조적인 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홍보업계도 마찬가지로 ‘큰 생각’이 필요하다. 미국 홍보업계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urnays)는 1920년대 중반에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베이컨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버네이즈는 미국인들의 식생활 변화로 인해 베이컨 시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경쟁업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보다 아침식사의 영양학적, 의학적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을 키우고자 했다. 버네이즈는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때우던 미국인들에게 저명한 의사들을 통해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침내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이 포함된 미국식 아침식사(American Breakfast)가 미국 사회에 뿌리 내렸고 당연히 베이컨 시장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홍보업계가 큰 생각을 할 때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홍보시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 등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동향에 대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와 ‘공유’로 대표되는 사회적 매체의 등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현상은 더 이상 전통적인 언론관계 활동이 효과적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새 파워블로거와 전통적인 언론매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한 메시지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사회가 되었다. 물론 모든 홍보인들이 블로그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으나 새로운 흐름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에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마케팅이나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홍보업계의 윤리성을 높여야 한다. 비록 참여정부에서 퍼블리시티 기능이 주로 활용되었지만 우리 홍보업계는 전략적 컨설팅과 공중의 관계관리 기능을 담당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펼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로부터 윤리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홍보기업 및 직원 전체의 윤리의식을 높일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들은 전문성과 함께 윤리성을 강조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 홍보업계도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네 번째로, (‘홍보’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업계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홍보의 다양한 기능과 더불어 효과성 및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알려야 한다.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홍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서도 효과적인 결과(cost effective)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 각계에서는 홍보의 효율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이 새 희망을 갖고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시대에 정작 우리 홍보인들은 홍보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홍보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산재해 있지만 업계 전체가 홍보업무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우리 홍보업계의 노하우(know-how)이듯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도록 하자. 이번에 한국 PR기업협회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계간지가 회원사를 비롯한 업계의 윤리의식과 전문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홍보산업의 진정한 전도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 KPRCA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Headway 2008 Vol.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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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 04월 16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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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의 윤리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공감, 그리고 배움 얻고 갑니다. :) 언제나 귀감이 되는 사장님의 칼럼에 감사합니다 ^^
  2. 김경해
    2008년 04월 18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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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K를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조대리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합니다.
    우리PR인들은 윤리적인 측면을 항상 염두에 두고 PR활동을 한다면 사회로 부터
    존경받는 전문인이 되겠죠. 계속 수고해 주세요.
  3. 2008년 04월 23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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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어제도 블로그에 대한 많은 관심 보여주시면서 여러가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사장님께서 가지신 많은 철학과 insight들을 우리 직원들은 물론 후학들과 공유하시는 media로 이 블로그를 운영해 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종종 들르겠습니다 사장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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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김경해입니다. 큰생각과 큰PR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by 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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