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와 광고

2008년 03월 06일 13시 39분

  언론보도와 광고


"우리가 정기적으로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신문에 부정적인 기사가 실렸습니다. 신문사는 광고가 주수입원인데,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에 대해서 우호적 기사를 실어 주지는 못할 망정 부정적인 기사는 게재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문사에 항의하든가, 아니면 광고 게재를 중지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년 전 한국에 처음 진출하여 점차 시장을 확대, 적지 않은 숫자의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급격한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던 한 외국 기업의 책임자가 토로한 불만이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광고를 게재하는 신문에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실리게 되면 이 같은 불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불평은 한국의 언론상황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변화하는 언론인과 언론환경을 감지하지 못한, 한 기업의 책임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언론상황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들 중 가장 뚜렷한 부분이 광고부서와 취재부서 간 구분이 명확히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를 맡고 있는 대부분의 기자들은 '우리가 수준 높은 기사를 창출하면 광고부의 직원들이 어렵지 않게 광고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보다 나은 기사를 만들려면 광고부서의 압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타당성있는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광고는 그 신문의 독자 수와 영향력, 그리고 발행부수에 따라 가격뿐 아니라 수주 여부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취재기자의 측면 지원을 받아 광고의 지면이 팔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광고를 주니까 나쁜 기사는 싣지 않겠지' 하는 식의, 언론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기업 책임자가 아직도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에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듯이 언론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언론관행에 따른 PR전략을 고집하는 기업의 PR활동은 이제 성공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이 종종 범하고 있는 사소한 실수들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보도자료를 담당기자가 아닌 광고부 직원에게 배포하면서 편집부서의 관련 기자를 찾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행동은 차라리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광고부 직원을 통해 보도자료를 전달받은 취재기자나 편집기자가 그들의 고유한 권한을 무시하는 기업의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광고를 무기로 자신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충분히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기자가 갖게 되면 그 기업이나 경영진에 대해 당장은 부정적인 기사가 씌여지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견해나 심하게는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기자들은 광고를 무기로 삼는 것을 혐오할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이유로도 그들 본연의 임무이자 책임인 취재활동이 침해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PR을 하는 사람이라면 명심해 두어야 한다. 따라서 한 기업이 신문사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언론기사와의 맞바꾸기가 아니라, 그만큼의 광고 효과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는 합당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즉 광고주는 비용을 떠나서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크면서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을 선별하여 광고를 게재하는 합리성을 지녀야 한다.

과거에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회사의 이미지 광고나 제품광고를 신문에 게재할 때 각 매체사의 발행부수나 권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매체에 광고를 게재했던 적도 있었다. 모든 매체에 광고를 게재한 이유는 어느 특정 매체에만 광고를 게재했을 때 광고를 게재하지 않은 다른 매체사에서 부정적 기사를 게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용을 들인 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매체를 선별하여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대부분의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윤리적 관점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기자들은 어떤 기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을 때 그 기업이 자신이 속한 신문사에 광고를 게재하는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가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기사를 작성한다. 반대로 기사가 독자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않는, 별로 쓸모없는 정보라는 판단이 서면 특정 기업이 자신의 신문사에 설령 많은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사를 쓰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점이며, 건설적인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몇몇 기업들은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매체만을 선별하여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이것은 PR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왜냐하면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에 전력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매체사를 선별하여 필수적인 광고만을 집행하고 주로 PR활동을 통하여 자사의 이미지나 제품의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전략의 중요성을 인식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는 각 기업이나 단체가 PR대행사를 선정하여, 광고와는 별도로 PR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데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물론 바람직한 언론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체사에서는 편집국 기자들이 광고나 구독 등의 마케팅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남아있고, 우리언론의 어두운 구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일부 매체사에서 기사와 맞바꾸기식의 광고청탁을 해올 경우가 있다. 이때 주한 외국기업의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는 것은 좋지 않으며, 광고에 대한 논의 역시 담당자를 통해 하는 것이 좋다. 광고대행사를 선정해두고 있을 경우 광고대행사와 접촉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인 직원으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기사와 맞바꾸식의 광고를 청탁해오는 매체사와 접촉했을 때 그 매체사에 광고를 게재키로 결정하면 '친구'가 될 것이나 반대의 경우에는 '적'으로 간주될 수도 있으며, 외국인의 경우 언어의 차이로 사소한 오해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언론사의 기자와 인터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기자와 직접 대면했을 때 그 기자가 소속한 신문사의 광고주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 그 매체의 광고주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대한 우호적 보도를 해줄 것이라고 섣부른 기대를 갖거나 좋은 내용만을 기사에 반영해달라는 부탁이나 제안도 하지 말라. 인터뷰 기자의 질문에만 자세하고 성실하게 답하라. 그러면 그 기자는 매우 감사해 할 뿐 아니라 프로정신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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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김경해입니다. 큰생각과 큰PR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by 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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