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과 '홍보'

2008년 07월 30일 10시 40분

최근 한 회사의 PR기업협회(KPRCA) 회원가입신청과 관련해서 '홍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본 협회의 설립목적(mission) 달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본인이 평소에 생각하던 'PR'과 '홍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본 협회의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회원사 가입허가에 관한 결정은 무엇보다도 먼저 본 협회의 설립배경과 목적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협회는 존립목적을 가지고 있다. 기업으로서 각 회원사들은 이윤추구라는 아주 당연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PR기업협회라는 곳에 우리 회원사들이 모여 활동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는 이익단체의 성격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PR기업협회는 변협이나 의사협회 같은 다른 전문직 종사자협회와 마찬가지로 전문직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현재 이러한 협회와 본 협회는 아직 같은 수준에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PR의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만이 우리 회원사들이 더 이상 서로 상처를 입히는 저가 출혈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클라이언트들이 먼저 우리 회원사들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R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PR의 전문성이 변호사나 의사처럼 폭넓게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점차 확립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PR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국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학문으로서의 PR(Public Relations)이 발달한 그곳에서는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오래 전부터 전문직과 일반 숙련기능직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해 왔다. (참고: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에 주목한 그루닉과 헌트(1984)는 대다수의 실무자들이 전문가(professional) 수준에 도달할 때 그 직업은 하나의 전문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주목한 전문가의 특성으로는 ‘일련의 전문적인 가치의 공유’, ‘힘있는 전문가 조직의 회원제도’, ‘전문직 규범의 준수’, ‘확립된 지식체계’, ‘장기간의 직업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직업기술’ 등이 있다.)


따라서 우리 PR기업협회 역시 회원사의 권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PR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협회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회차원의 사업을 예산으로서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기업들은 PR기업협회의 회원사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협회의 설립목적을 고취하기 위한 활동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회원사간의 긴밀한 유대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금은 본 협회의 성격 또는 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본 회의와 관련해 한 PR회사 사장님이 홍보와 PR의 구분을 제안하셨는데, 이는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학계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논의를 해 오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필자는 실무적인 의미에서 ‘홍보’와 ‘PR’의 차이점을 가볍게 논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홍보’라는 단어는 원래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매체관계를 중심으로 한 ‘언론홍보’, 즉 퍼블리시티활동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반면에 ‘PR 또는 Public Relations’는 관계관리를 중심으로 한 조직의 경영활동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어떤 개념이 지닌 뜻은 본질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변화한다. 만일 ‘홍보’와 ‘PR’이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어느 한 용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홍보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민간기업의 홍보활동에서 국민들은 주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특히 부정적인 의미에서 ‘홍보’는 주로 대중매체를 통한 언론홍보(publicity)를 뜻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동안 “진실(truth)”을 생명으로 하는 'PR'과는 달리 '홍보'는 “과장”, “분장”, “분식”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안타깝지만 국가홍보라고 얘기하면서 일방적으로 한쪽 측면만 부각시켜 왔고 언론홍보라고 하면서 언론플레이에 포커스를 맞추어 왔다. 또한 기업홍보라고 하면서 방어적 PR(defensive PR)에 역점을 두면서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방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기 위한 활동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고위공무원들은 정책이 잘못되었어도 “홍보인”만 개입되면 좋은 정책으로 둔갑시켜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이러한 오래된 문제점들 때문에 한국PR기업협회와 한국 PR협회를 창립할 때 창립멤버들은 “홍보”라는 단어 대신에 “PR”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던 것이다. 최근 학자들 사이에도 PR을 홍보라고 번역하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공중관계”로 번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중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맺는 것은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고 이는 “진실”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


반면에 PR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만능이라는 의미에서 ‘홍보’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마치 개인용 컴퓨터가 사회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거의 모든 상호에 ‘컴퓨터’라는 이름을 붙이던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회원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우리의 영역이 넓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우리 회원들이 어렵게 정립한 고유의 전문영역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과연 모든 것이 홍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언론홍보’만을 떠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역과 구별되는 차별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옛 말에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당장 ‘홍보’와 ‘PR’의 의미를 정의 내리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이는 학계와 업계가 서로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정립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직업으로서, 그리고 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을 밝힌다면 “홍보인”이라고 불리기 보다는 “PR인”으로 불리고 싶다.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 “분칠”하는 일에 종사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협회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본 협회가 지닌 설립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사업영역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이를 위한 최소한의 강제력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면허제도나 강제규정 없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본 협회에서 누구나 오고 가기 쉽게 문호를 개방한다면, 협회가 추구하는 최소한의 윤리성이나 전문성과 관련된 가치들도 회원사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본 협회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인식 속에서 정관 규정의 몇 가지 보완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실천윤리강령 수준을 넘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협회설립목적을 기술하고, 이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며, 규정 위반 시의 제재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협회 운영과 관련해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회원사간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현재의 PR기업협회는 ‘PR컨설팅기업협회’와 ‘홍보’마케팅기업협회로 구분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된다면 본인은 본 협회의 창립멤버로서 그 설립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아마 전자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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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은 홍보다?

    2009년 03월 20일 17시 10분
    삭제
    'PR(Public Relations)'이라는 단어와 '홍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PR agency, 홍보대행사, 홍보담당자, PR컨설턴트, 언론홍보, 홍보실 등...이 두 단어는 혼용된 형태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이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있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이론적 측면 많은 사람들이 'PR=홍보', 즉 'PR을 우리말로 하면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홍보와 PR은 의미 자체가 다른 말입니다. PR의 경우 '공중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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