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접하게 된 책 한 권이 우리 PR인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그 책은 화보로 스페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두꺼운 페이지의 책자였다. 보통 한 나라를 알리는 화보집을 만들 때 문화적으로 가장 역사가 깊은, 산업적으로 가장 발달해서 세계에 내세울 수 있고, 입에 군침이 도는 일류 요리와 빼어난 자연 경관들을 중심으로 화보가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우리가 한국을 알리기 위한 두꺼운 화보를 제작할 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분명히 경주, 1988년 서울 올림픽, 제주도, 경복궁, 현대 조선, 포스코, 설악산 등을 위주로 책자를 편집할 게 분명하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스페인 소개 책자는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견해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자는 스페인의 1987년 5월 7일 하루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정부에서는 전 세계의 유명한 사진 작가들을 불러 모아놓은 후 24시간을 준 후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게 한 후 120,000 컷트의 사진을 그들로부터 제공받아 공정한 논의를 거친 후 사진을 선정하여 그 사진들을 가지고 'A Day in the Life of SPAIN'(스페인의 하루) 이라는 제목의 화보를 만든 것이었다. 사진 작가들에게 요구한것도 1987년 5월 7일 하루의 스페인의 참모습을 전달해 줘야 한다는 것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작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었다. 그 책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꼭 어느 관광지나 유적지를 찍은 사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사진들에서 스페인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오히려 그 들의 실생활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사진 중에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펑크족 머리를 한 학생을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한 노인부부가 담긴 사진이 있었다.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에 과연 그러한 내용이 실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현재 저런 스타일이구나. 하지만 어른들은 그러한 모습에 호감을 갖지 못하는 구나. 그렇다면 스페인의 대중 문화는 펑크 스타일이겠구나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냥 단지 아름답고 웅장한 사진들을 연속해서 실어놓았다면 아 참 '아름답구나' 혹은 '멋있구나' 라는 생각에서 멈출 수 있겠지만 PR이란 단지 아름답고 멋있는 다시 말해 보기 좋은 것들만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면목(true picture)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PR인 것이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특히 그것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보라면 더욱 더 진실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간 우리의 해외홍보용 화보는 화려한 모습 일변도로 편집된 것이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에 정부에서 PR을 담당하고 담당자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살아있는 한국의 모습(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거꾸로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리의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의 사진만을 본 후 그러한 모습을 상상해 한국에 관광을 온 후 사진에서 본 것과 달라 실망을 했다면 그 후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그것보다는 스페인의 경우에서처럼 자신을 솔직하게 알려주어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스페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trust)를 갖게 되고 또 그 화보안에 있는 다른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큰 신뢰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이 PR은 신뢰에 바탕을 둘 때 진정한 설득과 상호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