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움직인다는 미국 맥그로 힐에서 발행하는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지에 한국 관련기사가 나오면 자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이름이 등장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대우와 관련된 경우에는 당연히 나타나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도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형식의 인용문으로 김회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비즈니스계와 관련해서는 김우중 회장이 압도적인 비중으로 인용되거나 직접 기사로 다루어 져 대우그룹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1983년 한국최초로 영문 경제지 비즈니스 코리아(Business Korea)를 발행을 시작하였을 때 그 모델이 비즈니스 위크였다. 그래서 잡지 제호도 비슷하게 지었다. 그때 한 네팔국적의 청년이 기자로 응모하였다. 우리말에 능통하고 경제에 대한 지식을 아주 폭넓게 갖춘 청년이었는데 그의 설명에 의하면 네팔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다 정치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서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능력을 검증해 보기 위해 몇 가지 상황을 가상해서 영문기사를 한번 써 보라는 숙제를 내 주었다. 그 기사는 A+ 기사였다. 그래서 그를 채용하게 되었다. 그 기자는 락스미 나까미(Laxmi Nakarmi)였고 상당히 오래 같이 일 하면서 편집국장으로까지 승진하였다. 그때 락스미 편집국장은 비즈니스 위크의 스트링거(stringer)일도 겸하게 되었다. 비즈니스 코리아 업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비즈니스 위크를 위해 종종 기사쓰는 것은 권할만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비즈니스 위크에서 제공해 주는 정보와 기사를 쓰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의 전문적인 견해가 비즈니스 코리아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락스미씨는 취재를 위해 대우의 김우중 회장을 자주 만나게 되고 김회장은 락스미씨를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 주었다. 비즈니스 위크는 기자들이 지켜야할 투철한 윤리 기준이 있었기에 그 범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 친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재벌총수와 인터뷰하게 되면 소위 “촌지”라고 해서 봉투하나 받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으나 외신기자들은 그들의 내부 윤리규정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락스미씨도 저자와의 대화에서 대우 김회장 비서실에서 건 낸 흰 봉투하나를 받았으나 그 안에 돈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4번씩이나 서로 주고 돌려보내고 해서 결국은 돌려보냈고 대우 비서실에서도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후 김회장은 돈이 아닌 따뜻한 인간적인 배려로 락스미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사실 외신기자들은 이 낯설고 물 설은 한국 땅에서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써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힘들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말 한마디만 따뜻하게 해줘도 고마운데 우리나라 최고 재벌 총수인 김회장 같은 분이 조금만 마음을 써줘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락스미씨는 비즈니스 코리아에서 사내 결혼을 하였다. 이대 정외과를 졸업한 여자기자와 결혼식을 힐튼호텔에서 거행하였다. 그때 김우중 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하여 그 친분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락스미씨의 얘기에 의하면 사람의 손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재벌 총수의 인용을 집어 넣어야 할 경우 다른 총수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 었으니 가장 쉽게 접근하고 항상 협조적인 김우중회장의 얘기가 나 올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광고도 아닌 객관성이 생명인 기사 속에 자주 김우중 회장의 이름이 나오고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 기사에서 김우중 회장을 대하게 되면 그것이 대우에 미치는 광고효과는 천문학적이다. 몇 번은 대우 김우중 회장을 표지의 인물로 정해서 커버스토리로 기사화 되기도하여 비즈니스 위크가 대우의 김우중회장을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세계경영을 하는데 있어 세계적인 경제잡지의 지원을 받을 수 만 있다면 받아야 한다. 대우 김회장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을 이해한 비서실과 기획실의 간부들도 락스미씨와 자주 등산도 가고 그와 비공식적인 모임을 가져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신기자들과 친해져 비윤리적이지 않는 범위에서 그들을 감동시켜 더욱더 많은 우호적인 기사가 나올수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Far Eastern Economic Review)지의 심재훈 서울 지국장은 일본기업과 한국 기업의 외신기자 다루는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것을 저자가 직접 들었다. “일본기업은 외신기자들의 정보 요구에 융단 폭력을 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들은 외신기자가 전화 걸기만 하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 있어서 접촉하는 줄 알고 사시나무 떨뜻이 떨고만 있다.”
외신기사들을 분명한 윤리기준을 갖고 있기에 좋은 기사를 써서 높이 평가받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때 그들을 가끔 따뜻이 대해주고, 기자회견시에도 그들을 위해 따로 사내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을 시켜 영문보도 자료를 준비한다든지 임원들이 구체적 상황을 영어로 설명하게 해주면 그들이 힘들게 한국 신문에 난 것을 번역하지 않아도 되고 또 영자신문에서 그대로 인용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들은 아주 고마워하게 된다. 이 지구촌 시대에 외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가 이제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외신의 보도는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우중회장에 대한 평가는 각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인으로서 외신기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은 높이 평가 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록 대우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의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김회장은 미국 방문시도 비즈니스 위크나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의 고위 편집국간부들과 식사를 자주 하였다. 언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투자해둬서 그들을 “동맹국”으로 만드는 (ally-building)작업이 중요하다. 어려울 때 S.O.S를 친다고 먹히지 않는 것이 언론계의 현실이다. 이 모든 언론대응법을 완전히 터득한 김우중 회장은 지금 현재 해외를 떠돌아 다니면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지금 과거에 그 화려했던 시절을 비즈니스 위크의 과거 잡지를 훓어보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과 코멘트가 다 기사화 된 것을 보면 과연 어떤 심정일까? 아마 쓴 웃음을 지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거기서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를 얻을수 있다. “외신기자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는 기업총수는 CEO의 자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