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예고 없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또 어떤 형태나 규모의 기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는 사전경고 단계를 거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위기를 부딪혔다는 것은 그 기업에 위험한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 존슨 앤 존슨은 위기를 기회로 이끈 위기관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2년 가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사서 복용한 일곱 명의 시민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타이레놀을 제조한 맥네일(McNeil)의 모기업인 존슨 앤 존슨은 그동안 신뢰받던 제품이 어떻게 사람들을 죽게 했는지에 대해 전세계를 상대로 해명해야 하는 위기를 겪게 되었다.

1982년 9월 30일 PR담당 이사인 니펜은 여느 아침처럼 출근했다. 그때 PR담당자 중 한 사람이 그의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방금 시카고 트리뷴지 기자로부터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그 기자는 타이레놀과 존슨 앤 존슨 그리고 맥네일의 관계에 관해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니펜 이사는 즉각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기자는 타이레놀과 그로 인한 사망 사건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펜은 그의 상관인 포스터 부사장에게 즉각 이 사실을 보고했다. PR담당 부사장인 포스터도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버크 회장에게 즉각 보고했다. 포스터는 처음에는 공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버크 회장은 즉각 니펜과 함께 맥네일회장인 콜린스를 불러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바를 의논했다. 한 시간 반의 논의 후 콜린스와 니펜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맥네일 본사로 갔다.

기자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은 후 한 시간 반 동안 존슨 앤 존슨이 수행한 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위기상황을 회장의 장악하에 두었다. 임원 중 한 사람에게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사건의 진상을 확인한 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게 했다. 둘째, 위기 관리자에게 PR전문가를 대동케 하여 함께 그 사고현장에 가도록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했다. 셋째, 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를 회장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버크 회장은 시카고의 맥네일 콜린스 회장에게도 검시관 사무실 및 경찰서 등 어느 곳에서든지 신뢰할 만한 의료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했다. 이 지시를 받은 콜린스 회장이 처리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는, 타이레놀로 인한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는 것, 사망원인을 밝혀 내는 것,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정해졌다.

며칠 후 제조공장에서 수송된 타이레놀의 조사 결과, 제품에 유해물을 첨가한 것은 외부에서 생겼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 존슨 앤 존슨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망자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리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회사 내외로 퍼져나갔으며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져야 할 것 중 하나는 위기관리자에게 주어지는 권한이다. 즉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최고경영자에게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포스터는 버크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또 위기가 발생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소비자의 안전에 관한 책임이었다. 존슨 앤 존슨이 위기를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관리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포스터는 주저하지 않고 “회사가 책임감 있고 신속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존슨 앤 존슨의 위기 대응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존슨 앤 존슨은 특별전화선을 가설하고 50명의 PR실무자들이 신문과 방송기자들의 문의에 답하도록 했다. 이러한 신속한 조치를 통해 기자들은 지체없이 존슨 앤 존슨과 접촉하여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존슨 앤 존슨은 고객에게 어떤 결과를 끼쳤든간에 그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입각하여 이 사건에 관련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교환하는 등 모든 것을 개방했다. PR담당이사를 포함하여 7명으로 구성된 위기관리위원회는 하루에 두 번씩 모여 상황판단 및 대책회의를 가졌다. 일반공중에 대한 경영자측의 의사발표를 일원화하기 위해 맥네일 회사 사장을 대변인으로 선정했다. 예상대로 PR부서는 각종 미디어로부터 첫 10일간 1,141건의 전화문의를 받았다. 사건이 진정되기까지는 무려 2,500건의 문의를 받았다.

한편 위기를 처리하는 과정 중 가장 시급한 일은 각 상점과 각 가정으로부터 타이레놀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존슨 앤 존슨은 사건 발생 직후 타이레놀 생산을 중단하고 타이레놀의 회수작업에 들어갔다. 타이레놀의 회수과정에서 쿠폰을 이미 타이레놀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쿠폰을 나눠주고 새로 제조한 타이레놀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사실은 2.5달러짜리 쿠폰을 요청할 수 있는 무료 전화번호가 들어간 전면광고와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또 고객들에게 타이레놀의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무료전화를 사용하도록 권했다. 한편 위기사건 발생 후 존슨 앤 존슨은 연방조사단에 적극 협조하며 범인체포 현상금으로 10만 달러를 내걸었다.

회수작업 과정에서 존슨 앤 존슨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위기사건에 대하여 90%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망사고는 제조과정의 실수가 아니기 때문에 존슨 앤 존슨이 비난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 앤 존슨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타이레놀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타격을 입어 시장점유율이 37%에서 6%로 떨어졌다. 당시 마케팅 전문가들은 존슨 앤 존슨이 타이레놀을 다시 판매하려면 상품명을 바꾸고 이미지를 개선해야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 앤 존슨은 타이레놀의 이미지 회복 캠페인에 모험을 걸기로 했다. 우선 똑같은 위기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존슨 앤 존슨은 타이레놀에 시안화칼륨과 같은 이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용기를 새로 제조했다. 독약 투여행위를 중형으로 다스리고 조작방지 포장을 의무화하는 법률제정을 위해 국회의원 160명을 방문하며 로비활동을 전개했다.

존슨 앤 존슨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그 이후에 공중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언론에 대한 공개정책, 둘째,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서도 제품을 회수한 점, 셋째, 공명정대한 게임정신이다. 무엇보다도 존슨 앤 존슨의 개방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낸 열쇠였다. 존슨 앤 존슨은 위기상황을 공중에게 신속히 알리고 대처하는 데 뉴스미디어를 더 없이 좋은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철학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태도로 일관했다.

존슨 앤 존슨이 위기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구체적인 절차는 PR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컨대 추가로 특별전화선을 설치하고, PR실무진을 늘림으로써 보도진이 위기 사건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노련한 대변인을 선정하여 일관성 있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한 정부조사단에게 긴밀하게 협조하여 공중으로부터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존슨 앤 존슨이 오래 전부터 PR을 통해 미디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이다. 언론은 이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수습될 때까지 시종일관 공정한 보도를 했으며 기자들과 회사 대표들간의 충돌도 전혀 없었다. 이러한 관계는 존슨 앤 존슨이 오랜 기간 미디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이 위기에 직면한 경우 공중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구체적인 수습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은 주지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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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김경해입니다. 큰생각과 큰PR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by 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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